지난 5월 15일 서울과학기술대 어학원 컨퍼런스홀에서 전국 고교생 문예백일장 시상식을 진행했다. 시상식 행사에는 남궁근 서울과기대 총장을 비롯하여 문예창착학과 교수진이 참석하였으며, 박영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문예창작학과의 주관으로 진행된 금번 백일장 시상내역으로는 장원 2명(분야별 1명), 차상 2명(분야별 1명), 차하 4명(분야별 2명), 장려 10명(분야별 5명)에 시상하였으며, 장원 2명에게는 상금 50만원과 함께 본교 입학시 1년(두 학기)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수여할 예정이다.
이날 축사에서 남궁근 총장은 “글쓰기 및 인문학적 소양은 해당 학문의 깊이를 넘어 과학기술의 시대의 참된 인재가 갖춰야할 공통 소양이다.”라고 강조하며 “고교생 문예백일장이 수상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고교생들에게 통찰력과 영감을 전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금번 고교생 문예백일장 수상작품은 서울과학기술대 홈페이지 공지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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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부문 심사평
올해로 제4회를 맞게 된 문예백일장에는 총 807명이 참가하였다. 그중 운문부문에 참가한 학생은 311명이었다. 참가자들의 열기에 의해 캠퍼스의 봄이 앞당겨지는 느낌이었다. 이들에 의해 한국문학의 미래가 봄꽃처럼 피어나리라 기대하니 기쁘기 한량없다. 이번에 주어진 시제는 <푸른 소리>와 <회복>이었다. <회복>을 시제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기성문단의 영향 때문인지 산문적인 시들이 많았다. 집약적 표현을 중시하는 시의 본원적 성격에 따라 운문정신에 충실한 미적 밀도가 높은 시에다 배점을 많이 주기로 하였다.
장원은 <회복>을 쓴 장수민(군산중앙고 3)이 차지했다. 달팽이를 음악 치유사라고 이름붙인 기발한 착상이 눈에 띄었다. 달팽이 빨판에서 오므렸다 펴지는 향기가 장미의 향기와 오버랩 되면서 매년 봄을 회복시킨다는 발상이 독특했다. 그리고 달팽이, 장미, 벌 떼 등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여 생의 아름다운 진실을 전달하는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시의 근간인 틀과 세부적인 결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고 시적 밀도가 높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차상은 <푸른 소리>를 쓴 전수명(고양예고 2)이 차지했다. 소통이 되지 않는 시대, 벚꽃을 푸른 소리가 피어나는 라디오로 해석하고, 벚꽃의 봉오리를 문질러 주파수를 조정한다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그 벚꽃은 배추흰나비의 날갯짓과 더불어 겨울을 밀어내는 생명력이 있다. 그러나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볼 수 있는 ‘서리 맺힌 가로수’가 불쑥 튀어나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내적 논리가 보다 치밀했으면 한다.
이나은(세화여고 3)이 <회복>으로 차하를 받았다.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고통과 그 고통으로부터의 회복에 대해 실감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언어적 표현이 절실하고 시적 진정성이 물씬 풍겨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삶의 비의와 소중함을 보편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 점이 눈에 띈다. 정상에서 벗어난 데서 오는 그로테스크는 이 시대 일반화된 미학이다. 집단 따돌림이란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은 기법으로 처리한 데서 창작의 소양이 보인다.
나지환(동성고 3)도 <푸른 소리>로 차하를 받았다. 출근길에 차에 치인 공을 소재로 쓴 글이다. 삼각형 사무실에서 전화와 인터넷에 묶여 이리저리 차이는 자신을 차에 치인 공에다 비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내적 일관성이 있어 보이고 논리전개상 무리가 없다. 사물들이 차에 치일 때 내는 소리를 빛깔로 드러내는 발상이 좋았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자신을 회사원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진정성 확보에 난점이 있어 보인다.
장려상을 받은 다섯 명의 학생들도 모두 구체적인 세목들을 통해 삶의 보편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문학의 기본을 숙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일일이 거론할 수 없는 게 유감이다. 아쉽게도 이번에 입선에 들지 못한 많은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에도 격려를 보낸다.
본심 심사위원: 이사라(본교 교수, 시인), 최승호(필명: 최서림, 본교 교수, 시인)
예심 심사위원: 이승희(시인), 김민철(시인), 이성진(시인)
산문부문 심사평
시제로 제시한 단어는 똑똑, 바퀴 두 단어였다. 어떤 상상력이 동원될 것인지 크게 기대했다. 상상력의 개성이 작품성을 결정짓는다고 믿는다. 예심 과정에서 발견된 대다수의 일상적 상상력을 말하자면 똑똑은 노크 소리였고 바퀴는 바퀴벌레 혹은 자동차였다는 점이다.
장원의 영예를 안은 김주원의 바퀴는 아주 뛰어난 작품이어서 기뻤다. 바퀴를 요양원의 하루로 형상화하는 솜씨가 매력적이었고 시계를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 속에 남은 삶에 대한 애착과 삶 전체의 무상감을 섞어 넣어 보편적 주제로 내면 풍경을 넓히는 능력이 보통을 훨씬 넘어서 있었다. 시제에 대한 집약성 또한 탁월했다. 장원으로 뽑지 않을 수 없었다.
차상 작품 양수진의 바퀴는 청춘 느와르와 퀴어 무비를 연상시켰다. 오토바이, 인기 있는 남학생, 그를 동경하지만 내색하지 못하는 그의 친구 남학생 등의 인물 설정 등이 그렇다. 이 작품은 백일장 참가작으로서 구비해야하는 시제의 집약성과 안정된 문체를 지니고 있었다.
이윤환의 바퀴는 라운드 라운드 증후군이라는 특징적인 소재를 바퀴에 접목시킨 점이 눈을 끌었다. 세상을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아가는 곳으로 느끼게 되는 질병이다. 그런데 중반부 이후의 서술이 과거 회상 중심이고 그것이 지루하게 연대기적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에서 감점을 받았다.
조현정의 바퀴는 문체가 신선하고 서술 방법 역시 세련되었다. 귀 뒤에 자신만이 아는 작은 바퀴를 타투로 새겨 넣었다는 행위 서술이 시제의 집약성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의 교통사고, 그것으로 인해 휠체어를 탄 채 기억을 잃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은 지나친 것이어서 작위적이었다. 차하가 되어 아쉬운 것이 이 두 작품이다.
장려 작품들을 일일이 언급하지 못해 서운하지만 백일장은 경연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는다. 봄날 캠퍼스에 오셔서 치열하게, 새롭고 흥미로운 세계를 상상해 주신 참가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본심 심사위원: 신연우(본교 교수), 박영준(필명: 박금산, 본교 교수, 소설가)
예심 심사위원: 최치언(소설가,시인,극작가), 해이수(소설가), 정용준(소설가), 양윤의(평론가), 조해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