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종호, 이하 서울과기대) 기초교육학부의 김돈 교수를 만나 우리 대학의 110년사 편찬과 퇴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9월 2일 정년퇴임식에서 훈장증을 받는 김돈 교수

 



Q. 우리 대학의 '110년사'를 편찬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2020년 4월 15일이면 우리 대학이 개교 110년을 맞이합니다. 110년사는 우리 대학의 역사를 정리한 책으로, 110년사의 편찬은 우리 학교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전에 참여했던 90년사, 95년사 축약본, 100년사를 편집했을 때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에 우리 대학은 이름을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바꾸는 등 큰 변화와 발전을 이뤘는데, 이런 변화와 발전을 기록하는 일이기 때문에 110년사는 학교의 정체성을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110년사 편찬을 계기로 다시 한번 대학구성원들이 분발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았으면 합니다.





Q. 우리 대학의 역사, 그리고 그 연혁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걸어온 길, 즉 역사 속에 이미 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학이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는지,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금 편찬하고 있는 110년사 속에 그러한 내용들이 가감없이 수록될 것이고, 앞으로 우리 대학이 어떠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지라도 11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지혜를 빌려올 수 있다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제대로 된 역사, 연혁을 잘 기록해야만 합니다.





Q. 학교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학교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제가 대학신문사의 주간교수로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대학의 역사를 정리한 자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90년사의 제작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우리 대학은, 산업 대학이라는 이름과 개방 대학이라는 법적 위치의 차이 등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우리 대학은 대한제국 시절인 1910년 4월 15일에 설립된 '공립어의동실업보습학교'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제강점기 이전에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근대 독립 국가를 수립하려던 대한제국의 끝자락에 우리 대학이 탄생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우리 대학이 어떻게 시작했고 현재는 어떠한지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학교의 역사를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Q. '110년사'의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번 110년사를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우리 대학의 전신인 ‘경성공업직업학교’의 졸업생 중 한 명이 SK의 창업주인 최종건 씨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1940년대에 경성공업직업학교의 기계과를 졸업해서 기계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선경직물에 취직했습니다. 일제가 물러나고 한국 전쟁이 발발하는 혼란기를 거치면서 회사의 직조기가 모두 파괴됐을 때, 그는 직조기를 고치면서 회사를 살려내고 결국 선경직물을 인수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SK가 된 것입니다.

또, 지금의 공릉동 캠퍼스는 42년 일제강점기에 경성 제국대학 이공학부가 위치했던 곳이자, 해방 이후에는 서울대 공과대학이 있던 자리입니다. 이곳의 풍수지리에 대해 기록한 자료를 찾게 되었는데, 이 공릉동 지역은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이 공릉동 캠퍼스로 이전한 이후 많은 인재가 배출되고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110년사'의 제작 중에 중요하게 생각하신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학교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은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로 1931년 캠퍼스를 아현동으로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1960～70년대의 '경기공전' 시기로 우리나라 공업교육의 중심역할을 수행했고, 국립 고등교육기관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셋째로는 아현동 캠퍼스의 17배 규모에 달하는 공릉동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곧바로 4년제의 '경기공업개방대학'이 됩니다.

넷째로는 1988년 '서울산업대학'으로 명칭을 바꾸는데, 이때 '경기'에서 '서울'로의 변화가 상징적으로 공업교육 중심에서 종합대학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다섯째로는 법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총장을 영입한 것입니다. 1995년 이후 17년간 5대의 총장을 거쳐 법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박사과정 설치, 단과대학 설립 등을 이뤄냈습니다.

여섯째로는 2010년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개명하면서 수도권 유일의 국립 종합 일반 대학으로 전환됐습니다.

마지막으로 2018년에는 대학평가 순위 19위, 국립대 2위 등 평가 순위의 획기적 도약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편찬을 통해 110년사의 목차를 체계화할 수 있었습니다. 1910～1980년까지의 공업교육 중심의 역사, 1980～2010년까지의 국립종합대학체제의 구축과 발전, 그리고 2010년 이후 현재까지의 국립일반 종합대학체제의 도약이 그것입니다.





Q. '110년사' 제작 중에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발견하셨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 대학은 보통의 대학과 달리 하나의 학제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중등교육부터 학제 변경과 승격을 반복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불리한 여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대학 구성원들을 분발시키고 대학 발전의 열망을 하나로 모아 지금의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우리 대학이 어떤 학교가 될지 기대하시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으로 우리 대학이 가져야 할 지향점은 수도권의 거점대학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전에 교수들이 가졌던 대학 발전을 향한 열망을 갖고,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다시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수도권의 거점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최근의 학문 역량을 바탕으로 첨단 학문, 각광받는 전공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재는 90년대 초반에 설정된 전공이 학과 단위를 중심으로 주로 편제되어 있는데, 전공이나 학과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전공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방법도 필요할 것입니다.

 

 

 

▲정년퇴임식 때의 김돈 명예교수

 

 


Q. 명예퇴직 교수가 되신 소감과,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사히 정년퇴직을 하게 되어 동료 교수들에게 참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저를 내조해 준 아내와 가족에게 돌아가 그동안 남편으로서 소홀했던 점을 보상하면서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1993년에 처음 우리 대학에 들어와서 26년간 대학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하고, 성과를 확인하기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퇴직을 한 상태에서 되돌아보면 참으로 보람 있는 시기를 우리 대학의 발전 과정과 함께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교직원이나 교수나 학생들 모두에게는 앞으로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칠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학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은 지금, 교수나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만 챙기지 않고 함께 합심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4년제 국립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많은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고, 갈등이나 분열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특징을 살려 앞으로도 더욱 멋진 서울과기대로 발전해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