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아시아 굴지의 산업용마스크 제조기업인 도부라이프텍㈜은 지난 5월 23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그들은 서울과기대의 빠른 발전에 감동했다는 뜻을 전했다. 그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내어준 것은 미래인재의 더욱 큰 성장을 바라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경제형편에 구애받지 않고 학업에 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에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 도부라이프텍의 김일순 회장을 인터뷰해보았다.

Q. 먼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발전기금 기부에 감사를 표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회장님의 첫 인연이 어떻게 맺어진 것인지 알고 싶다.
▲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이영순 전 안전공학과 교수를 통해 도부라이프텍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안전보건공단의 미션과, 한 사람·한 영혼을 지키는 기술을 꿈꾸는 도부라이프텍의 설립이념은 교집합이 넓었으며 각종 인증검사, 성능시험 등을 수행하는 민‧관 파트너이기도 하였다. 

최근 공직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만난 자리에서 이영순 명예교수는 문득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재직하였던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서울과기대를 포함한 많은 대학들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반값 등록금 등의 여파로 인해 학생들을 자양하는 대학의 학문적 토양이 다소 황폐해졌다고 운을 뗐다.


  ▲ 지난 5월 23일, 서울과기대 총장실에서 도부라이프텍(주)의 사랑의 발전기금 전달식이 열렸다.

평소 동의대, 인재대, 가톨릭대 등을 후원하며 교육기부에 대해 늘 긍정적인 인식과 실천을 이어오던 나는 학문과 대학에 대한 이영순 명예교수의 진심, 짙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발전후원을 결심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도부라이프텍은 법인의 세금납부와 관련한 외부요인으로 인해 회사의 자금사정에 누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때를 기다려 기부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영국의 옥스퍼드나 미국 하버드대학의 사례처럼 학생들이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껏 학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장학제도를 통해 기성사회가 뒷받침하는 기부의 선순환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요즘 대학교육에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기업가 정신과 창업교육이다. 현재 350개 대리점과 4개 해외지사를 보유하고, 산업용 마스크분야 국내 1위를 넘어 아시아 1위로 도약하는 도부라이프텍의 성공 노하우 하나만 소개 부탁한다.
▲ 사실 아직 도부라이프텍은 성공이라는 결과적 관점에서 논하기에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일구며 50년 외길을 고집해 왔지만 아직 더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진 청년기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부라이프텍의 기업가치를 꼽자면 깊은 절실함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열정을 꼽을 수 있다.

도부라이프텍의 설립은 진폐증 환자가 마지막 땅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대한 연민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 고통스러운 병마에 허덕이면서도 먼지 자욱한 탄광의 막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광부들을 보며 “인간이 이렇게 태어날 수는 없다.”는 강한 마음의 울림이 생겼다. 진폐증은 광산업의 고질병으로 폐에 탄광먼지가 쌓이면 결국 폐가 딱딱해지고 호흡곤란과 심한 고통에 허덕이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열악한 의료사정은 진폐환자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서 고통가운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하는 환자가 많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원진레이온의 방사과 노동자들은 월 300시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시간 동안 인체에 치명적인 이황화탄소, 황화수소가스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이들은 유해가스 중독으로 팔, 다리마비와 언어장애, 정신이상, 콩팥기능 장애 등의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부는 체력은 국력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우리 노동자들이 이러한 유해가스와 위험작업환경에 직업병 앓이를 하는 데 뚜렷한 정책적 대안을 내지 않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때부터 유해가스와 위험한 작업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산업용 마스크를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수입 산업용 마스크 가격은 2만원대로 매우 고가였으나, 도부마스크는 3천원대로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으며 마진을 최소화하고 산업보건 마스크의 대중화를 선도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하며 기업의 초석을 다졌다.

김일순 회장 집무실 책상 위의 서류뭉치들 가운데, 산업재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처참하고도 안타까운 사진을 스크랩 해놓은 자료가 특히 눈에 띄었다. 노동자의 행복추구권을 향한 기업철학이 즉흥적인 정립으로 그치는 이상론이 아닌, 오랜 진심과 절실함이라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Q. 이처럼 설립 이래 도부라이프텍과 서울과기대의 공통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산업화의 중심에서 사람과 인재를 향한 숨은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도부라이프텍의 새로운 100년 계획은 무엇인가?
▲ 도부라이프텍의 사명에서 도부(都富)는 한자어로써 “모두 다 같이 잘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영문명 DOBU는 인류의 평화를 상징하는 Dove(비둘기)에서 파생되어 왔다. 우리는 회사만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한 영혼과 한 생명을 생각하는 인간애를 중심으로 50년 산업용 마스크 외길을 고집해왔으며, 150여종의 산업용 마스크를 개발해왔다.

앞으로 펼쳐질 도부라이프텍의 100년에도 산업‧안전 마스크 외길 고집은 계속될 것이다. 현재 수많은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국가들의 작업 노동환경은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대를 꼭 닮았다. 이제 세계로 눈을 돌려 ‘더욱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잘 사는 날’을 꿈꾸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부라이프텍은 현재도 모든 제품에 대한 국제인증을 획득에 심혈을 기울이며 늘 최고의 성능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제표준을 준수하면서도 해외 각국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이 때로는 소모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이 품질과 성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부마스크를 신뢰하며 위험 작업장을 향하는 수많은 세계의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그 어떤 이유로도 최고를 향한 고집을 멈추게 할 순 없다. 

도부라이프텍의 사명에서 묻어나는 ‘상생과 평화’의 기업가치가 태초의 설립이념인 동시에 앞으로의 새로운 100년을 풀어나가는 화두이기도 한 것을 보면, 도부라이프텍은 언제까지나 옳은 외고집을 추구하는 기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서울과기대 학생을 포함해서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낙심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특별히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다면?
▲ 늘 20대를 향해 던지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다. 세계를 향한 도전, 약속을 지켜나가는 힘, 신속하고 정확한 행동이다.

먼저 항상 세계를 품는 젊은 시절을 보내면 좋겠다. 해외로 조금만 눈을 돌려도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기회와 도전의 영역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장학 프로그램, 아르바이트 등 어떻게든 기회를 마련해서 일단 바다 건너 땅에 발을 디뎌보는 것이 중요하다. 도부라이프텍도 국내에서 눈을 돌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순간부터 큰 도약의 발걸음을 뗄 수 있었으며 이제 아시아 리딩브랜드를 넘어 세계 곳곳에 진출하는 목표를 실현 중이다.

두 번째로 약속을 지켜나가는 힘을 키우라고 당부하고 싶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사이가 서로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 고객이 회사의 제품을 믿고 쓰는 것, 직장에서 직원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 등 신뢰는 가정이나 친구, 직장이나 거래처 관계 등 어떤 사이에서도 가장 앞서 전제되어야만 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그러하듯이 한 개인의 신뢰 관계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첫 발을 딛기 전부터 약속을 지켜나가는 힘을 길러서 습관화해야만 한다. 당장 오늘부터 친구들과의 시간약속, 조별발표에서 역할관계 등에 최선을 다하며 신뢰의 잔 근육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끝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행동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좋은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표현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큰 꿈을 품고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망상에 젖어 있는 것이다. 행동의 동기부여가 스스로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의 요청일 수도 있다. 그 무엇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도부라이프텍의 경영철칙 중 하나도 지체하지 않고 신속·정확하게 처리하는 행동력에 기인하다. ‘now or never’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순간에 정직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그 누구라도 나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하는 메시지가 다소 딱딱한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드린 세 가지 얘기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적용해보기를 꼭 당부한다.

김일순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내뱉지 않고 중요한 방점을 찍어나가며 모든 것을 확실히 정리해 나갔다. 또한, 청년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할 때는 주먹을 쥐고 큰 목소리로, 때로는 발을 구르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독려하였다. 이 시대의 청년 모두 도부라이프텍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미래를 향한 철학을 거울삼아 그 열망을 모토로 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산업용 마스크와 관련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정평받는 도부라이프텍(주) 임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