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원·무선·무독성 3無 바이오센서·통신 플랫폼 기술 개발 추진"

병원에서는 뇌전증(간질)이 의심되는 아이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두피에 연고를 바른 뒤 그 위에 전선을 부착한다. 소아의 뇌파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검사는 수일간 지속되기도 한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환자나 원인이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질병을 앓는 환자라도, 그들의 생체신호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 의료계가 최근 생체신호 빅데이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생체신호의 수집부터 걸림돌이 많다. 현재 생체신호를 수집하는 방법은 앞서 말한 뇌파검사와 같이 유선 기술에 의존하는 게 대부분이다. 수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성도 낮을뿐더러, 소아 환자의 경우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통제의 어려움까지 고려해야 한다. 환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는 지점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 연구진(윤지훈, 차혁규, 정재영)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전원·무선·무독성의 ‘3無’를 표방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해당 연구진을 인터뷰하였다.

 
   ▲ (왼쪽부터) 전기정보공학과 윤지훈 교수, 차혁규 교수, 정재영 교수

Q. 전기정보공학과에서 현재 미래 생체신호 빅데이터 수집 플랫폼이라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구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다양한 형태의 생체신호(뇌전도, 심전도, 근전도)를 통해 질병을 진단/예방/치료하거나 사람의 행위/의도를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방대한 양의 생체신호를 노이즈 없이 고품질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생체신호는 그 크기가 미약하고 외부환경에 민감하여 취득과정이 어렵고 신호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생체신호 수집을 위한 센서가 현재는 유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측정이 매우 번거롭다. 예를 들어, 환자의 뇌전증(간질)을 진단하고 분석하기 위해 뇌파검사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검사를 위해, 환자는 수십~수백개의 센서를 머리에 부착한 채로 수일간 지내야 하는데, 센서들이 모두 케이블을 통해 외부 장치와 연결되어 있어서 환자가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이는 특히 소아 환자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제약에 강인한 생체신호를 무선으로 취득하기 위한 기본 요소기술과 이들을 통합하여 시스템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Q. 연구 내용(무전원, 무선, 무독성) 각각에 해당하는 주요 기술로는 무엇이 있는지 간단히 설명한다면?
▲ 무전원은 말 그대로 전원이 없이 동작하는 생체신호 취득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인체에 삽입된 센서가 배터리로 동작하는 경우,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배터리 없이 생체신호 센서가 측정한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기 위한 방법으로 백스캐터링(backscattering) 기술이 있다. RFID와 유사한 기술로, 센서에 부착된 안테나가 외부 기기(예: RFID 리더기)에 의해 전송된 전자파를 수신하면 이를 반사하는 패턴을 제어해서 센서에 저장/기록 되어 있던 정보를 송신하는 기술이다. 

무선은 신체 내외부에 삽입 또는 부착된 생체신호 수집 센서가 유선이 아닌 무선링크를 통해 컴퓨터 혹은 외부 분석 장치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적 무선통신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소형 안테나 및 고주파 회로의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독성은 생체적합한 물질(bio-compatible material)을 사용하여 개발된 시스템을 절연(insulation)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체에 삽입 또는 부착되는 기기에 꼭 필요한 기술로, 피부발진 등 부작용을 없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Q. 이처럼 3방향의 복합적인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느 한 가지에서 변수가 생길 경우의 대안은?
▲ 무전원의 경우, 초저전력 회로 구현을 통해 배터리 교체 기한을 최대화(~10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무선의 경우, 최적 안테나 설계, 미약한 신호 수신 및 증폭 기술을 통해 열악한 통신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독성은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최적 생체적합물질 선정 및 이를 고려한 시스템 설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위 세 가지 부분 중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게 없다. 그래서 도전적인 과제다. 

Q. 해당 연구를 통해 개발될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과 시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 해외대학 또는 연구소에서 기초적인 시스템에 대한 동물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 세 가지 기술을 다 포함한 시스템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생체신호에 대한 연구/활용을 위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발이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각 요소기술의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이들을 시스템으로 결합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있고, 따라서 충분한 기간과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이번 연구과제를 시드로 삼아 대형과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Q. 끝으로, 해당 연구에 참여하거나 협력하는 연구진들의 강점 분야와 전문성에 관해 이야기해주었으면 한다.
▲ 안테나 설계를 담당하는 정재영 교수는 대학 및 산업체에서 풍부한 연구경력을 가지고 있는 고주파소자 설계 및 측정 전문가다. 센서 인터페이스 집적회로 설계 부분을 맡고 있는 차혁규 교수의 경우 마찬가지로 대학 및 산업체에서 초저전력 아날로그 신호 처리 집적회로 및 무선통신용 RF 집적회로 설계 경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윤지훈 교수는 무전원 무선통신기술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윤 교수는 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설계 전문가로서, 다양한 무선시스템을 설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 연구팀은 포스닥 1명, 박사과정 9명, 석사과정 11명 규모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연구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부정맥, 뇌전증 등 전극을 통해 생체신호를 수집해야 하는 질병이 존재하고, 환자의 수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수집력 향상과 환자의 편의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서울과학기술대 연구진의 숙고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체계적인 기획을 바탕으로 한 해당 연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를 발전시키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시작된 연구이다. 그렇기에 연구의 성과가 유의미하게 드러난다면 이는 사회적인 기여로 다가가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글. 문예홍보대사 정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