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TECH

 
확대아이콘축소아이콘원복아이콘 트위터 공유하기(새창) 페이스북 공유하기(새창)
(인터뷰) 연극을 본다는 것. 새로움을 맞이하는 과정
여석기연극평론가상 수상 김미도 문예창작학과 교수

캠퍼스의 봄을 단단히 시샘하듯이, 개강 첫 날 아침에는 눈발이 흩날리더니 이내 강한 바람이 떠날줄 모르고 사흘째 신입생들의 단체 점퍼 깃을 꽁꽁 여미게 한다. 3월의 넷째 날, 치익 치익 수증기를 내뿜는 라디에이터 소리가 가장 먼저 발걸음을 반기는 그 곳, 어의관 2층 복도끝의 고즈넉한 연구실에서 문예창작학과 학과장 김미도 교수를 만났다.

“이제 관객으로 30년째 접어듭니다.”

최근 자신의 네 번째 평론집 <무대너머, 상상과 해석>으로 「2014 여석기연극평론가상」을 수상한 김미도 교수는 선뜻 연극무대를 처음 접했던 풋풋한 대학시절로 운을 띄웠다.



‘새내기때 연극에 매혹되고 20대 중반, 연극평론가로 데뷔하다.’ 꿈만같은 이야기는 실제였다. 83학번 국문과 새내기는 1987년 9월 월간 <한국연극>을 통해 연극 평론가로 이름을 걸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월간 <객석>은 또 다시 그를 주목했다. 꿈 많던 20대의 석사과정생은 하루 아침에 각종 매스컴이 주목하는 어리고 당찬 연극평론가가 되어 있었다.

“이제 어느덧 50을 넘겼죠. 스스로는 마냥 아직도 어린 평론가인 것만 같은데 사람들은 저를 중견으로 간주하고, 저를 지면으로만 접한 분들은 심지어 원로로 알고 계시기도 하죠. 이번 여석기연극평론가상 수상이 개인적으로는 27년간 연극평론가로서의 삶을 객관적으로 재평가하고 결산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여석기평론가상은 2014년도에 타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극평론가 故여석기 선생의 이름을 딴 상이다. 여석기 선생과의 인연은 다시 80년대 고려대학교 캠퍼스로 돌아간다. 영문과 교수와 국문과 대학원생은 애당초 쉬이 만날 인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석기 교수는 김미도 교수가 평론가로 데뷔할 때 월간<객석>의 심사위원을 맡음으로써 ‘연극평론’으로 두 사람의 인연이 단단히 연결되었다. 김미도 교수가 박사과정에 다니는 동안은 사제지간이 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올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발행하는 <연극평론>의 편집장이 되었다. <연극평론>은 여석기 선생이 60년대 말 사재를 털어 10여년간 공들여 발행하다가 폐간이 되었던 잡지이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몇 해 전부터 <연극평론>을 다시 복간하여 매년 계간으로 네 차례 발행하고 있다. 창간인과 편집장! 또 다시 ‘연극평론’으로 두 평론가의 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아름답다.

Q. 연극비평이라는 분야가 다소 생소하게 와 닿기도 하는데요. 문학으로서 연극비평의 매력을 알고 싶습니다.

“흔히 비평을 창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의 범주를 나눌 때도 시, 소설, 희곡, 비평으로 나누듯이 비평은 어엿하게 문학의 한 장르이고 창작의 영역입니다.작가들의 창작 활동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부분도 많아요. 비평은 작가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무의식의 영역까지도 해석을 시도합니다. 특히 무의식의 영역에서 작품이 단순히 모방에 머물고 있는지 창조적 영향으로 승화되었는지를 가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비평가는 또 다른 상상력을 가지고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에 풍부하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죠, 또 그 해석을 자신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문장 하나하나로 가다듬는 것, 단어 하나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섬세하고 어려운 창작의 영역입니다.

예술은 각 분야가 정말 밀접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연극도 문학은 물론이고 음악, 무용, 미술 등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예요. 따라서 연극평론가는 작품을 바라볼 때 다양한 예술영역을 아울러 통섭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오늘날에는 예술이 자신만의 범주를 넘어 자연과학 분야에까지 그 경계를 허물어 가고 있죠. 때문에 평론가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학문과 예술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공부해야 합니다.

일반 관객과 독자도 다양한 비평을 접하며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해석의 지평을 꾸준히 넓혀갈 수 있어요. 요즘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저명한 평론가의 비평을 쉽게 찾아볼 수도 있답니다. 대중적인 취향에서 머물지 않고 좀 더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수준의 감상을 원한다면 본격적인 평론들의 안내를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평론집 <무대너머, 상상과 해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듯, 예술도 변모하며 연극도 이러한 흐름에 함께 한다는 것이예요. 몇 가지의 중요한 테마가 있는데요. 특히 오늘날 연극에서 뉴미디어의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본 글이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는 우리 삶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고 예술의 영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또 과학을 소재로 다룬 연극들이 많아지면서 과학과 연극의 관계를 다룬 글도 있어요. 그래서 최근엔 진화생물학에 관한 책들도 보고 있답니다.

‘연출가의 시대’

그리고 오늘날 연극이 작가 중심에서 연출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어요. 그만큼 연출의 양상이 풍부해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작가의 입지가 줄어드는 점이 아주 아쉬워요. 위대한 작가의 탄생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은 우리 연극계가 앞으로 풀어야할 큰 숙제이고 특히 문창과 교수로서 제가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Q. 공학계열의 학생이 많은 서울과기대 학생들도 문화·에술적 목마름이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매학기 교양수업에서도 문학과 관련된 수업이 비전공생들에게도 인기강좌이고, 심지어 문예창작학과 전공수업에 공학계열 학생이 수강하는 사례도 빈번하답니다. 이러한 문학적 관심과 열기는 최근에 불어온 인문학 열풍과 맞물려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아요.

문학과 예술은 전공분야를 막론하고 상상력의 뿌리입니다. 공학자나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하는 다양한 제품과 기술은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보다 개성적인 것으로 거듭날 수 있어요. 서울과기대 학생들이 예술적 상상력에 눈을 떠서 공학적 지식과 잘 조화시켜 나가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개최하는 각종 음악회나 문화행사에 학생들이 가득 차는 것을 보면 우리 학생들의 미래가 기대돼요. 전공 학점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더 중요하죠.



문학적 상상력을 음미해보는 한 가지 팁을 드릴게요. 문예창작학과에서는 매년 가을 「문학과 예술에의 초대」라는 문학행사를 개최하는데요. 시와 노래가 함께 어울리는 퍼포먼스적인 행사로 기획되곤 해요. 그런데 교내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음악회보다는 우리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한 듯해요. 유명작가를 가까이서 마주하여 시낭송을 듣고, 그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것도 듣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친필사인도 받을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이랍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문학과 예술에의 초대」를 기억했다가 올 가을에 마음껏 누리시길 바래요.”



Q. 교수님의 대학시절을 비추어 15학번 새내기들에게 특별히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빈공책의 가장 첫 줄, 새하얀 캔버스와 같은 시간이 여러분들에게 펼쳐졌답니다. 새내기시절은 모든 것을 시작 할 수 있는 때이죠. 인생에서 어떤 걸 새로 시작할 수 없는 시간이 곧 닥쳐옵니다.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해서 학생들에게 많이 권하는데 용돈이 부족하다고 여행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예요. 수업을 마치고 북촌이나 서촌같은 서울거리를 걷는 것도 훌륭한 여행이예요. 반복된 일상을 벗어나 잠시 생각의 틈을 주는 전시회 관람도 아주 좋은 정신적 여행이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참 걷기 좋은 길이 많고 무료로 누릴 수 있는 문화행사들도 많아요.

우리의 본분인 학업을 멀리해서는 안돼요. 소위 대학을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라고 부르는데 대학생이 학문을 추구하지 않고 낭만만 쫓는다면 본분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전공지식 이외의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열린 자세로 바라보는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새내기때 만큼은 진로와 취업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대학생다운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길 바래요. 이제부터는 누군가의 기대로, 혹은 남이 시켜서하는 일이 아니예요. 계획을 만드는 것도 실천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의 몫이예요.

대학에 입학할 때 저는 시인을 꿈꾸었으나 다시 새로운 것들을 찾아 헤매다 연극과 만나고 연극평론가가 되었지요. 일년에 최소 100편 이상의 연극을 보는 저는 밤마다 새로운 연극을 만나는 일로 늘 가슴이 설레입니다.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면 몸은 늙어도 마음은 정말 안 늙는 것 같습니다.




[2015-03-05, 14:39:01]

트위터 공유하기(새창) 페이스북 공유하기(새창)
목록버튼  출력버튼 
 
구독신청하기메인으로지난호보기기사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