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특성화병원 육성을 통해 국민 건강과 안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종호, 이하 서울과기대) 바로 인근에는 원자력병원이 위치해 있다. 미래관 건물 뒤에 있는 쪽문 하나만 지나면 바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고, 서울산업대 시절부터 자매결연, 업무협약, 공동 심포지엄 개최 등의 관계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낯선 곳이기도 하다.
사실 원자력병원은 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김미숙, 이하 원자력의학원)의 사업단에 속해있는 하나의 조직이다. 현재 원자력의학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사선의학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유일의 병원인 원자력병원과 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신약개발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치료기술개발플랫폼구축사업단 등 특성이 상이한 4개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암 진료를 통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원자력병원 쪽이, 전체 조직의 모체 역할을 하는 원자력의학원이나 다른 사업단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자력의학원 내부에서도 계속해서 고민중에 있으며, 병원을 비롯하여 연구소, 비상진료센터 등 각 사업단의 융합을 통해 의학원 고유의 가치있는 브랜드를 창출하고 이를 내외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새롭게 계획 중에 있다.
“방사선의학 분야의 국내 유일기관으로 출범”
한국원자력의학원은 1963년 방사선의학연구소로 출범한 후, 1973년 원자력병원으로 개편되어 방사선 의학이라는 연구분야를 정립하고 국내 암진료를 주도하면서 한국 원자력 연구와 치료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방사선의학 분야를 선도하는 방사선의학전문기관으로서 국가과학기술 발달과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여 왔다.
2007년 3월에 과학기술부 직속의 한국원자력의학원으로 출범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한국원자력의학원장으로 취임한 김미숙 원장을 만나 원자력의학원의 ‘과학기술특성화 병원’ 육성에 대한 내용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개원 56년 만에 첫 여성원장으로 취임한 김미숙 원장은 방사선치료연구부 부장, 방사선의학정책개발센터 센터장, 방사선종양학과 과장 등을 두루 거치며 원자력의학원의 모든 부분들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Q. 한국원자력의학원 개원 이래 56년 만의 첫 여성 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장으로서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이라는 곳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자 지역사회의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더욱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자력의학원은 지난 50여년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기관 고유의 미션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재해석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하며 성장해왔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암진료와 방사선의학 연구에 있어서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업무와 특성이 다른 4개의 조직이 ‘원자력의학원’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는 만큼 하나의 방향성을 찾기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원자력의학원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바람직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또한 성장을 추구함에 있어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한국원자력의학원’을 국민을 위한 '과학기술특성화병원'기반으로 육성하실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계신가요?
국가의 정책기조가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이를 통한 국민편익의 증진, 특히 바이오 의료 기술의 임상적용 실용화를 강조하고 있음에 따라 ‘과학기술특성화병원’으로 새롭게 육성하고자 합니다.
첨단 과학기술연구 의료기술을 통한 산업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방사성의약품은 항암치료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요즘 대두되는 빅데이터 기반의 AI진단, 스마트병원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혁신 성장 동력 기술이 임상적용 가능하도록 돕고, 이에 관련된 신기술, 시제품, 완성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Test-bed’의 역할을 하는 병원이 되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료 프로토콜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과학기술을 주고 받는 병원이 ‘과학기술특성화병원’입니다.
Q.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기존의 기관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과학기술, 공공기관, 방사선의학이 의학원의 본질을 나타내주는 키워드이며, 고유한 경쟁력의 핵심 원천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02년 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개소했고, 2007년에는 원자력의학원이 독립기관으로 탄생하였습니다.
과거의 병원개념은 진료중심으로 해석되었으나 최근에는 바이오의료 분야의 R&D 혁신기지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R&D 연구 성과들과 병원의 진료현장이 서로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원자력의학원만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최근까지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이룬 대내외적 성과가 궁금합니다.
원자력의학원은 국내 최초로 사이버나이프(CyberKnife)라는 첨단방사선치료기를 설치해, 당초 두경부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기기를 이용하여 체부(體部) 종양까지 치료하는 기법을 개발하여 국내외에 보급해 왔습니다. 증례수로 아시아 지역 1위,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태지역 정위신체방사선치료기술(SBRT) 보급사업의 총괄 책임기관으로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특히 정위체부방사선치료기술을 이용한 간암 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전 세계 선진 연구기관들과 함께 간암 방사선치료프로토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IAEA 연구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방사선비상진료 분야에서는 2016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방사선 피폭에 대한 의료적 대응 및 선량평가 분야’ 역량개발센터(CBC:Capacity Building Cener)로 지정받아 IAEA 회원국들의 방사선 재난 대응 역량 강화 업무를 지원 하고 있으며,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방사선 비상대비 및 대응’분야 협력센터(CC:Collaborating Center)로 지정되어 방사선비상진료분야 국제 공조 및 협력 체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의학원은 국내 최초로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과 더불어 13MeV, 30MeV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개발하여 분당 서울대 병원 등 전국 7개 권역 병원에 보급하였고 동남아시아지역에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밖에도 우수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이 매년 증가하는 등 연구실용화 부분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Q. 라돈 침대 등 생활방사선이 지속적으로 사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의학원은 재난 시에 재난대응병원으로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원자력과 방사선 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피폭환자 발생에 대비한 적절한 의료적 대책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방사선 재난 시 피폭환자를 의료시설에서 적절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적 대처와 방사능 응급상황에 대비한 현장 의료대응의 두 가지 부문을 중심으로 진료 시스템과 의료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권역별로 1차 방사선 비상진료기관 12곳, 2차 방사선비상진료기관 12곳이 구축되어 있으며, 정례적인 교육과 모의훈련을 통해 의료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원자력의학원은 국민들의 생활방사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돈침대 사건이 발생한 2018년 5월부터 지금까지 총 6,000여건의 전화상담과 홈페이지와 이메일 상담, 방사선영향클리닉 방문상담을 진행하였고, 현재까지 라텍스, 여성위생용품 등을 비롯하여 자가측정에 대한 문의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병원의 역할, 그리고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래의 스마트병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원자력병원이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국내 첨단 기술연구가 진료현장과 산업화로 연계되어 실질적인 성과 창출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정부출연연구기관간 협력사업으로 원자력의학원은 최근 한국기계연구원과 스마트병원시스템 구축 및 첨단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연구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병원 물류시스템, 진단검사 자동화 모듈 및 시스템, 사물 인터넷 기반 병원 자동화 플랫폼 구축 등의 첨단 의료기술 협력 등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Q.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협력을 통해 기대되는 상생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계로는 정부산하 수 십 개 연구소와 혁신기업들, 보건의료계에서는 대학병원뿐 아니라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들과 체질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오랜 이웃인 서울과학기술대와는 서울테크노파크와 연계하여 방사선의학의 산·학·연·병 개방형 연구 단지를 구성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완공된 복합연구센터 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신약개발 업체 및 관련 벤처기업, 병원과 연계된 창업기업을 입주시켜 관련 산업과 기업을 함께 육성할 계획이며 과기대와의 협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동학과를 개설, 전문인력양성 뿐 아니라 전공분야 인력의 상호협력을 통한 연구성과 창출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선의공학 분야에서는 사물인터넷, 스마트센터, 빅데이터, 클라우드, 딥러닝 등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혁신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공동 연구(다기능 보드 혈액 처리 바이오칩 개발, 방사선 감수성 진단 바이오칩 개발 등)가 기획 단계에 있으며, 이를 통해 고학력 일자리 창출, 새로운 제품·서비스·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신성장 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Q. 앞으로 원자력의학원을 어떤 기관으로 발전시키고 싶으신지 말씀해주세요.
원자력의학원은 과학과 의학, 연구소와 병원이 결합된 곳으로 태생적인 특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력의학원만이 추진할 수 있는 일들, 방사선치료기술연구개발, 의료서비스 등을 더 진행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신약 개발’ 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자력의학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방사성의약품의 비임상시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국내 개발을 도와 새로운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원자력병원의 핵의학과, 임상시험센터와 연계해서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부터 의약품개발, 임상시험 진입까지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어렵고 방사선치료만 가능한 환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을 위해 정상세포는 보호하고 치료기간을 줄이는 정밀한 방사선치료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많이 걸리는 암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방사선치료 프로토콜을 개발하면 치료율과 생존율 상승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암 진료 연구가 기관의 사명이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확대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미숙 원장은 "앞으로 서울과기대와 한국원자력의학원, 그리고 관련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방사선의학·의공학 분야에서의 협업 전략을 고민하고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기회가 계속해서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는 교육과 연구 능력이 있고 한국원자력의학원에는 의료공학 쪽의 기술과 강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을 것이라며, 위치상으로도 매우 가깝고 서로 강점인 부분으로 상대의 취약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